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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2003.01.17] 당신의 뒤통수는 멀쩡한가?

"설마 내가 걸릴까"
라는 강렬한 '자기암시'가 '공염불'로 되돌아 온 뼈 아픈 기억들이
한두번 쯤은 있을 것 같다. 쌈지돈 까지 투자하며 구입한 복권을 박박 긁을 때도
이런 운은 없었는 데, 나쁜 건 왜 이렇게 잘 걸리는 건지.

'줄서기' 이야기를 앞에서도 했었지만, '열외'를 위한 모든 노력과 시도에도
불구하고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일 때, 최후의 보루 ~

"설마 내가 걸릴까 ..."라는 마력의 주문을 걸어볼 수 밖에 없게 된다.

그리고 ...

'세상이 내가 없으면 도저히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내가 유능한가?'
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복이 터지는 날에는 하루종일 비맞은 중모냥
신과 세상을 원망하며 뺑이를 마르고 닳도록 치던 군생활 ...

60억의 콩나물 시루 중에서 난 단 하나의 콩나물 대가리 일 뿐일 진데
내가 하는 뻣짓거리를 누가 신경이나 쓸까나...

나비의 날개짓이 작은 벌레를 날리고, 그 벌레가 원숭이를 간지럽히고, 원숭이의
재치기로 나뭇가지를 부러 뜨리고, 그 나뭇가지가 실개울에 뭉쳐
있던 나뭇가지들을 한 꺼번에 쏟아져 내리게 하고, 덕분에 자갈들이
사태가 일어나 실개울의 물흐름을 막고, 물흐름이 바뀌어서 습지지역의
간헐천으로 흘러들어가고, 그 물이 간헐천의 구멍을 막아버려 화산을
터뜨리게 되고, 화산맥을 건드려 주위의 연쇄 화산 폭발을 일으키고
그 때 생성된 화산재가 고온성 난류 대기와 한랭선 대기와 충돌을 일으켜
태풍을 일으키고, 덕분에 수 백만호의 침수와 수 천만의 이재민이 발생되는
재난이 일어나게 된다는 확률

을 믿는 게, "내가 걸린다" 라는 사실을 믿는 것 보다 더 쉬운 일일 거라고
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한다.

크리스쳔이라면 ...

"그래 ... 하나님은 월매나 날 사랑하시는 디 ...
나를 이런 고난으로 인도하시지는 않을거야 ..."
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.

그러나, 희안하게도 이러한 확률게임은 정말 결정적인 순간일 때
나의 뒤통수를 친다. 결국 확률을 믿는 데 쏟는 에너지로 차라리
나의 삶에 좀 더 성실히, 떳떳하게 뒤끝없이 사는 데 투자하는 게
더 나을 것 같다.

오늘 큐티 본문의 '아간'의 이야기는 이런 확률게임에
배신당한 중요한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.
'요나'는 목숨이라도 건졌지만, '아간'은 뒤통수 맞는 걸로 끝나기는
커녕 2족이 작살났으니 말이다.
'아나니아와 삽비라' 부부도 있었군.

"죄 지으면 못 살재 ... 하늘로부터 천벌을 받을기라 ..."
옛 어른들의 말씀은 너무나 주옥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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